“선영아, 교환학생 가보는 건 어때?”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설레는 마음보다는 솔직히 설마 하는 생각뿐이었다.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그 때 당시 나는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성적은 학교 내에서는 대충 상위권에 있고, 학원과 학교를 전전긍긍하며 바쁘게 살아가던 평범한 여중생이었다. 내가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이제 막 중학교 3학년이 되려던 참에 교환학생은 나에게 너무나 멀기만 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내 나이에도 갈 수 있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난 결코 토종치고 영어를 못하는 편이 아니었다. 학교와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영어스피치 대회에서 수상경력이 있었고, 그 밖의 여러 공인시험에서도 나쁘지 않은 점수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날고 긴다고 해도 외국에서 여러 해 살다온 친구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고, 그게 가끔씩 속상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나의 life-long goal 중 하나였기에, 매우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외국에 다녀온 후로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진 몇몇 선배를 보아온 터라 쉽게 결정을 내리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나의 성격상, 그리고 재주상 외국에서 공부해보는 것이 어쩌면 나에게는 엄청난 플러스점수가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렇게 내가 유학넷에 발을 몇 번 들여놓고 드디어 마지막 결정을 내렸을 때부터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12월 말에 나름대로 예쁘게 꾸민 서류를 제출하고 이제 호스트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2009년 2월 초순에, 구정연휴가 시작되기 정확히 하루 전, 유학넷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나를 선택한 호스트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통 학생들은 4월에서 5월 중으로 호스트가 결정되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2월 첫째 주의 전화 한 통은 날 걱정과 설렘의 적절한 혼합 속에 집어넣었다. 유학넷에서는 내가 첫 번째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선두주자라는 압박이 적지 않았다. 너무 빨리 배정되어서 행여나 호스트가 멀쩡(?)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엎어진 물이었다. Dallas, Texas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McKinney 라는 마을에 배정되었는데, 그 옆에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로 유명한 Plano, Texas가 있었다. 교환학생 서류 낼 때 인터뷰를 하면서 UT austin 에 관련된 이야기를 좀 했는데, 혹시 그것에 영향으로 texas 에 배정이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new york university 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에 조금 후회했다ㅋㅋ. 호스트 패밀리의 주소를 받는 그 순간부터 나는 매일매일 Google Earth에 들어가 집주소를 치고 인공위성 사진으로 그 집과 마을의 구조를 보고 또 보고 하다가 결국 출국할 즈음에는 집 주소는 물론 전화번호, 마을의 인구수, ATM기계들의 분포까지 빠삭하게 외우게 됐다. 교환학생 가기 전에는 4월 정도부터 호스트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같은 집에 배정된 독일 교환학생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서 서로 설레는 마음을 교환했다. Facebook이라는 사이트에 가입해 내가 배정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알아보고, 학교 사진을 찾아보았다. 정말 3학년 1학기 때는 내가 미국에 있는지 한국에 있는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정보 수집을 많이 한 거 같다. 솔직히 쓸데없는 짓이었다. 물론 열심히 이곳저곳 뒤지긴 했지만 가보기 전까지 한 짓들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꼴과 똑같았던 것 같다. 인공위성으로 건물 꼭대기만 쳐다봤으니 건물 모양은커녕 색깔도 몰랐다. 미국 출국하기 3~4개월 전에는 수학학원만 다니면서 1년치 선행학습을 열심히 했다. 미국보다 우리나라 학교 수학문제 수준이 높은 건 정말 당연하다. 1년 동안 미국에 다녀와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가기 전 수학공부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난 원래부터 수학을 정말 못했고, 미국에 있는 1년이 이것을 따라잡을 수 있는 일종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호스트 선물도 이것저것 사고 머리도 조금 짧게 자르고 마지막 예방접종을 끝내고 친구들, 선생님들과 작별인사를 나눈 후 나는 미국행 비행기로 올라탔다.

동대문과 남대문에서 파는 한국적인 물건들 중에서 자개보석함이나 자개거울, 자개 명함집은 호스트나 선생님께 선물하면 정말 좋아한다. 가기 전에 호스트와 이메일을 하면서 취미나 기호를 알아두는 것도 선물 살 때 도움이 된다. 우리 호스트 아빠는 요리를 좋아하셔서 독일친구가 요리책을 선물해드렸는데 정말 많이 좋아하셨다. 친구들 선물로는 학용품 (아기자기한 문구점샤프와 0.5mm 샤프심들)이나 손톱깎이 같은걸 제일 좋아했다. 책갈피도 좋아하는데 미국 애들중에 책 많이 읽는 애들이 많이 없어서 오히려 가방에 걸고 다니는 애들이 많았다. 아 그리고 병풍처럼 접히는 부채는 서로 가지려고 싸워서 많이 안 가져간 걸 후회했다. 선물은 호스트 가족, 학교 선생님 4-5분, 지역관리자, 친구들 정도로 사가면 충분한 거 같다. 그리고 ATM은 꼭 배정된 집 주위에 있는지 위치를 확인하고 가야된다. 나는 visa랑 mastercard 두 종류로 들고 갔는데 다행히 둘 다 있었지만, 독일 애는 카드가 안 돼서 호스트한테 돈을 꿔서 쓰는 생활을 얼마동안 했다.


박선영

이은정실장님 저 드디어 올려요ㅋㅋㅋㅋ착하죠!
늦었지만 실속있게 할래요!♥
근데여기다가 사진도 올리고 막 그러는건가?
한번도 안올려서 죄송해요!ㅠㅠㅠㅠ
아그런데 사진 용량이 크다구 한장도 안올라가요ㅠㅠㅠㅠ어떡해


 저는 댓글사랑을 듬뿍듬뿍받아야지 힘이나요!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