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셰필드의 애비데일 그레인지 중등학교에는 ‘삐삐교사’로 불리는 학생지도 교사가 있다. 학생이 유리창을 부수거나 수업시간에 심한 장난을 하면 호출을 받은 삐삐교사가 쏜살같이 달려온다. 말을 듣지 않으면 골칫덩이 학생을 따로 수용하는 방으로 끌고 간다. 말썽 부리는 학생이 워낙 많아서 이 교사는 쉴 틈이 없다. 하루에 40~50통 삐삐가 울리는 날도 있다.
▶브라이턴의 스탠리 디슨 중등학교는 무료급식을 받는 학생이 45%로 전국 평균 12%의 네 배 가깝다. 가난한 동네에 있기 때문이다. 제 나이에 적합한 읽기능력을 갖춘 학생이 열에 하나꼴이다. 학교에 오지 않는 학생이 많고 등교한 학생들도 점심시간이 지나면 상당수가 사라진다. 학교도 언제나 재정난에 허덕인다. 학교를 바로잡아 보려던 여교장은 학생과 학부모의 철저한 비협조로 2년 만에 손을 들고 떠났다. (닉 데이비스·위기의 학교)
▶영국에선 중등학교 졸업자격시험(GCSE)에서 영어와 수학을 포함한 다섯 과목에서 A~C 학점(1등급)을 받아야 대학진학 예비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 애비데일 그레인지 중등학교에서 이 점수를 받는 학생은 22%밖에 안 된다. 스탠리 디슨 중등학교는 10%선이다. 전국 평균은 45.8%이고 사립학교는 80%를 넘는다. 공립 중등학교의 낮은 학력은 영국의 큰 골칫거리다.
▶브라운 영국 총리가 2013년까지 GCSE 1등급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지 못하는 중등학교는 폐교하거나 다른 학교에 합병하겠다는 방침을 엊그제 밝혔다. 브라운 총리는 “학교의 실패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 뒤처지는 것을 방치하는 학교는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전임 블레어 총리는 1997년 집권하자마자 ‘GCSE 1등급 비율 25%’ 목표를 내건 후 교육 예산을 늘리고 학교간 경쟁을 도입했다. 브라운 총리는 이 기준을 5% 더 올린 것이다.
▶브라운 총리의 발표는 지난달 17일 영국 교육기준청(OFSTED)의 연례 학교 평가 보고서에 뒤이어 나왔다. 교육기준청은 중등학교의 10%가 ‘부적합’, 39%가 ‘보통’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학교 둘 중 하나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발표에 나라가 시끌벅적해지자 총리가 직접 대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노(老)대국이 ‘학교 교육 살리기’에 들이는 안간힘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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